My story

30년만에 도배...

드림이짱 2009. 4. 14. 13:48

옛날 우리집은 참 이사를 많이 다녔다

초등학교 때 1-4학년 4년동안 27번을 이사를 다녔다

부모님 두 분다 자수성가하신 분이라서 쌀 한가마니로 신혼을 시작하셨단다.

 

기억에 남는 것이 한 5살 때 쯤인가 ..

골방 하나에서 4가족이 살면서 집안에서 훌라후프를 돌리던 기억이 난다

그러던 우리집이 27번 이사를 다니면서 번듯한 마당을 갖춘 2층집이 되었다

 

맨날 이사를 다니니까 학교 갈 때 학교 끝나면 어디로 와라 하면

그냥 '네~ 또 이사가요?' 하던 기억이 난다

이사 간다고 하면 박스 구하러 다니고 짐싸고

리어카를 끌어야 하는 것이 당연했던 시절이다.

 

이사 한 번 하면 그걸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.

당연히 전날이 되면 그 집에 가서 도배를 하고 장판을 깔았다.

장판이야 둘둘 피기만 하면 되지만 도배는 가족 전부의 몫이였다.

풀을 쑤는 일부터 풀칠하는 일.. 전부 아련한 기억이 되었.. 

는...

지 ..  알았는데.. ㅡ.,ㅡㆀ

 

토요일에 퇴근하고 집에 가보니 집에 못보던 도배지가 있었다.

이른바 포인트벽지..

아이들이 항상 노는 부엌공간에 벽지가 하얀색이다보니까

쉽게 손 때가 타서 지저분하길래 지나가는 말로 우리도 표인트벽지 바르면 좋겠다 했는데..

와이프가 방산시장에 가서 덜컥 사가지고 온 것이다. ㅡ.,ㅡㆀ

 

물론 도배는 전부 나랑 장모님 몫이다.

해물부페가서 저녁을 배부르게 먹고 일을 시작했다.

우선 기존에 있는 벽지 뜯어내기 작업..

 

맨손으로 하다가 부억칼을 들었다.

 

 

요걸...

 

요렇게 하면 ..


 

이렇게 된다.


 

이 벽이..


 

이렇게 될 때까지..

오지게 고생했다. 저녁먹은거 다 날라갔다. ㅡ.,ㅡㆀ

 

 



무척힘들기는 했지만

어렸을 때 아버지랑 했던 그 기분을

장모님이랑 같이 느껴본 것 같아서 기분은 좋았다.

 

우리 애들도 같이 했으면 좋았을텐데..

영어 수학 공부한다고 부지런히 공부하다가 시간이 다가서

그렇게 같이 하고 싶다던 풀칠도 못해보고

아이들이 기다리다가 안타까운 맘으로 그냥잠이 들었다.

 

아빠랑 같이 할 수 있는 좋은 작업을 같이 못해서 내 맘도 안타깝다.

요즘 아이들에게는 어렸을때 내가 느꼈던 기억들을

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고자 하는 것 조차 정말 무리인가 싶다. ㅡ.,ㅡㆀ